아동 심리 테스트로 잘 쓰이는 방법이 있다.
아이들에게 도화지와 색연필을 주면서 가족과 함께 있는 행복한 모습을 그려보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에 따라 각양각색의 다양한 그림이 나올 것이다. 그 아이의 꿈, 성격, 가족간의 관계, 가정환경, 부모의 직업 등 그 아이와 가족에 대한 많은 내용이 암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을 깊이 분석하면 더욱 더 많은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일본인에게 일정한 시간, 공간, 그리고 재료를 준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과제는 고객들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상태로 음식을 제공하라고 한다.
그러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시간을 쪼개고 공간을 나누고 재료를 다룰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편집과 구성을 거치는 자신만의 과정을 통해서 뭔가를 만들어내겠지. 그러면 그 역시 일본이란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그 완성된 음식뿐만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 아니 그 공간 안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일본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줄지 모른다.
난 그 들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 시간, 공간, 재료를 사용하는 법을 파악하고 또 왜 그럴 수 밖에 없는가 질문을 던지곤 했다. 또 그 틀 속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상이한 반응,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반응에 대한 재반응을 관찰했다. 그 것은 다시 균형감각과 이상적인 합일점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또 눈을 뜨게 해주었다.
작품을 보면 그 것을 만든 예술가에 대해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이유로서 잇쵸 내부의 시스템을 소개하는 것이다. 앞으로 잇쵸스토리의 무대가 될 것이니 기본 구성만큼은 기억해 두기 바란다.
잇쵸의 내부 일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재료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활용해 최대한의 효과를 보는 컨셉이 바탕에 깔려있다.
주인이 따로 없어도 아르바이트생 4~5명만으로 완벽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이 되어있다.
평일에 숙련된 정예멤버인 경우는 3명으로도 일이 돌아간다. 단, 신입이 들어와서 일을 가르치거나 주말과 같이 사람이 특히 많이 몰릴 것이 예상되는 날에는 5명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 공간, 재료, 심지어 인력의 에너지까지 고려되어 섬세하게 행동라인을 설계, 별다른 통제없이도 굴러가게끔 일의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 잇쵸안에서 일하는 동안은 잡념이 들어갈 틈이 없다.
마치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한 사람이 담당하는 일의 몫이 아주 디테일하고 뚜렷하게 나뉘어져있고 책임도 선명히 갈려져있다.
일 하나하나에는 걸리는 시간, 난이도, 필요한 공간범위, 필요한 완력 등 을 세밀히 분석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시간적 순서와 공간적 배치가 결정되어있다.
자, 위의 그림은 주방에서 홀쪽으로 본 전경이다.
ITTYO 의 일은 크게 나누어 두파트로 주방과 서빙이다. 보통 서빙쪽은 홀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역할로
한 사람인 경우가 많기에 본격적인 ITTYO 의 일은 주방쪽이다. 주방일은 다시 나뉘어 세파트로 나뉜다.
그 세파트는 오쿠, 만나까, 곤로 이렇게 나뉘어지는데 오쿠일로 시작하여 만나까, 그리고 마지막에 곤로일을 배운다.
이 세 포지션은 각각의 역할성이 분명하고 해야 할 양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어디 한군데 일을 제대로 못하면 삐그덕거리면서 일자체가 돌아가지않는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걸 죄악시여기는 일본사회에서처럼 일할 때만큼은 늘 긴장상태이다.
각 포지션의 역할을 살펴보면, (이 용어는 역할분담을 위해 잇쵸안에서 고유명사로 만들어진 것으로 앞으로 이 명칭 그 대로 사용할 것이다. 익혀두길 바란다)
1. 오쿠(奥-おく) : 오쿠는 안(內)이라는 뜻이다. 요리의 기초 단계로서 온갖 재료를 요리에 쓸 수 있는 형태로 다듬고 준비하는 단계. 상황에 따라서는(손님이 많을 때) 홀로 나가서 웨이트리스를 도울 수 있다. 이 과정은 6개월 정도 경험한다.
하는 일
- かつづけ(가츠즈케―얇게 썰은 고기에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기기전 상태를 만드는 일)
- 밥하기
- 야채와 고기, 생선류 다듬기
- 각종 재료의 체크
- 손님이 많을 때 웨이트리스 도와주기
- 업자에게 주문하기
- 설거지하기
- 쓰레기버리기
- 창고관리
- etc
2. 만나까 (真ん中 -まんなか) : 만나까는 한가운데 란 뜻이다. 주방내의 위치(사라다바)도 그러하지만 요리에서도 중간 단계이다. 곤로에서 음식을 완성하기 전 단계의 과정. 오쿠에서 다듬어지고 완성된 여러 기초재료를 가지고 폼을 만들고 기본적인 구색을 맞추어 곤로에게 넘기기까지 일이다. 요리의 윤곽이 들어나는 단계이기도 하다. 만나까는 오꾸를 6개월, 짧게는 3~4개월 정도 수습기간을 가지고 이 단계로 올라온다. 장기간 아르바이트를 지속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통 이 단계에서 배우는 일이 끝나기도 한다.
하는 일
- 요리기본셋팅 - 오쿠에서 다듬어진 재료를 가지고 요리에 들어갈 모양으로 만들기
- 사라다바의 셋팅 – 각종 야채로 구성된 사라다바의 준비
- 각종 재료의 체크
- 요리에 딸려나오는 side dish (반찬) 만들기
- etc
3. 곤로 (焜炉 - こんろ) : 요리의 최종적인 마무리단계.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모든 상황에서 주인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결정권이 있다. 신입들의 교육이나 고객의 많고 적음, 기념일, 날씨 등 일의 흐름을 조절하며 그 날의 영업을 리드한다. 그 날의 매상은 곤로가 좌지우지한다. 곤로의 자리까지 올라가기에는 최소한 1년 6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가 되며 일이 힘들어 거의 남자가 하는 경우가 많다.
갖추어야 할 자격
- 요리의 최종단계를 책임지고 마무리 함
- 좋은 상태의 재료, 음식 맛을 알고 있어야 함 (신선도, 맛 점검능력)
- 고장수리 (ex. 필터고치기 등 잇쵸내의 기기들이 고장났을 때 1차 수리의 책임이 있다.)
- 매니지먼트 능력 – 평일, 주말, 공휴일 그리고 시간대에 따른 손님의 양과 음식순번을 적절히 완급을 조절하고 예상치못하게 간혹 일어나는 각종 상황에서 순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됨
- 재고관리
- 각종 소스의 상태를 파악, 충전을 해둠
- 각종 기구의 온도조절
- etc
하는 일
- 카레소스 만들기
- 우동, 소바국물 만들기
- 각종 소스 만들기
- 미소(된장국) 만들기
- 기름에 튀기기
- 미소, 카레 보온통 온도맞추기
- 완두콩삶기
- 생선굽이 오븐 불붙이기
- etc
이 3가지 파트는 유기적으로 하나의 생물체처럼 일이 돌아간다. 손님이 갑자기 많이 들이닥쳐서 일할때는 가히 무아지경이다. 군대에서도 취사병을 한 경험이 있지만 난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강도높게 일해본 적이 없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일이 마치는 밤 10시경이면 정말 녹초가 된다.
사실 각 포지션당 하는 일의 가지수와 밀집도는 아주 높아서 여기서는 우선 개략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하겠다. 앞으로 차근차근 하나씩 전개해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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