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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12:56

[준짱의 잇쵸스토리] 모든 것은 자기 에어리어가 있다 1 - < 카레 비벼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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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레를 좋아한다.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한 맛이 좋고, 고기와 야채가 적절히 균형을 맞춘 영양식단이기에 좋고 
각종 야채가 들어간 알록달록한 색깔도 눈을 즐겁게 한다.

 

카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엄마표 카레라이스다.

 어릴 적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맑은 노란 빛깔의 바다 위에 빼꼼 고개를 내민 형형색색의 조그만 섬들이 나를 반기곤 했다.   하지만, 그 달콤한 냄새에 난 그 예쁜 섬과 노란 색 바다를 마구 삼키는 포세이돈이 되었다.

 

당시 난 카레하면 인도에서 온 음식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회사있을 때 신입사원연수로 말레이지아에 가서 진짜 원조 인도카레를 맛을 본 적이 있다.  너무 달랐다.  인도카레는 내가 먹던 카레와는 달리 야채도 별로 없었고 맛도 달콤하기 보다는 인도카레 특유의 향과 함께 톡 쏘는 매운 맛이 강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먹는 카레 형태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일본이 전 세계 카레 소비량의 2위인 나라인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잇쵸에서도 카레를 팔았는데, 베지터블카레(보통카레), 비프(소고기)카레, 포크(돼지고기)카레, 치킨카레, 쉬림프(새우)카레외에도 카레우동도 팔았다.   잇쵸에 출근하면 아침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중 하나가 카레소스를 만드는 일이었다.


일단 소스를 만들어놓으면 밥에다 소스만 얹으면 되니까 만들기도 간단하고 먹기도 간편하여 잇쵸에서 잘 팔리는 메뉴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난 잇쵸에서 식사로 별로 카레를 선택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먹는 카레맛과는 달리 너무 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청소를 다한 후에 뒤늦은 식사를 할 때였다. 
그 날은 주인장도 함께 하여 본인이 직접 잇쵸멤버들의 식사를 만들어 주었다.  만들어 준다는 것이 뭐 그냥 잇쵸의 메뉴중 하나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만..


그런데 하필이면 카레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양보충이 어려운 고학의 유학생활에서 돈안들이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어디냐 하고 곧바로 긍정모드로 전환하고 건네는 카레를 받아들었다.

 

내 입맛에는 너무 달기에 꿩대신 닭이라고 옆에 있는 도반장(중국식 고추장)를 집어와 듬뿍 뿌리고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열에 아홉은 그러지 않았을 까?  


그런데 이 행동이 주인장을 포함 잇쵸 멤버들에게는 다소 충격이었나 보다.  부들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일제히 나에게 물었다.

 

준상, 괜찮아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아미짱이 묻는다.


옆에서 곧 이어서 카나메군이 장난끼 있게 웃으며 스게!(굉장한데)~~” 한마디 거든다.    주인장은 다소 거슴치레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러면 카레맛이 나나?” 라고 묻는다.

 

난 그들이 왜 놀란 가 했더니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도반장을 듬뿍친데 놀랐고 둘째, 마구 비벼먹는 데 놀랐다.
 

 

한국인은 보통 비벼서 먹는다  비빔밥도 그러하지만 그 외에도 뭔가 밥위에 다른 소스나 재료가 있으면 십중팔구 섞어서 먹는다.   반면 일본인은 비벼먹지 않는다.  따로 따로 조금씩 팥빙수, 카레, 심지어 비빔밥도 비벼먹지 않고 채소따로 밥따로 먹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연이어 주인장이 그렇게 매운 고추로 범벅해서 먹으면 매운 맛에 모든 맛이 감추어져서 제대로 그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는가? “ 라고 질문을 추가한다.   별 의식하지않고 내 입맛에는 너무 달아서 그렇게 먹었던 것인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름 그의 말도 납득이 갔다.

 

 

주인장은 일본요리는 원래 소재의 맛을 느끼는 것을 중요시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재료를 뒤섞지 않는 것이다.


카레와 밥도 카레의 맛을 오롯히 느끼고 밥맛도 느끼면서 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밀가루로 튀김옷을 입혀서 각 재료의 모양이 보이게 하는 뎀뿌라가 그렇고, 밥은 밥맛데로 날생선은 날생선데로 맛을 느끼며 먹는 스시처럼 그래야 각 재료의 맛과 형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음식의 먹는 방법에서도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남을 보면서 새삼 흥미로움을 느꼈다.

 

일본요리에서는 가능한 식품에 손대야 할 기술은 최소한으로 하고 되도록 식품을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먹어야 한다는 것,  

,  조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조리의 이상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뭔가 철학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듯 했다.  인공적인 인간의 행위로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를 먹겠다는 것.  그래서 일본식을 건강식이라고도 하고 장수하는 일본인이 많은가 보다.

 

하지만, 나는 비빕밥이나 해물탕처럼 고추장을 쳐서 비벼먹거나 갖은 양념을 넣고 푹꿇여서 우러나온 국물을 먹는 것을 선호하는 민족의 후손 아닌가.

 

그 이후 난 어김없이 가츠돈을 먹을 때나 카레를 먹을 때나 늘 도반장을 달고 살았다. 한국의 고추장에는 전혀 비길바 못 되는 맛이었지만, 그나마 그 것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번은 나도 주인장이 얘기한 것처럼 도반장없이 나름 그 음식의 원래 재료맛과 소스맛을 음미하면서 먹으려고 노력해보았다.  처음엔 싱거워서 먹기 힘들더니 몇번 지속하자 나름의 향과 맛이 느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번에는 그 들이 몇 번 나를 따라서 도반장을 넣어먹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중독이 되어서 그 중 몇몇 친구들은 도반장없이는 못먹는 정도가 되었었다. ^^

 

준짱의 1분노트>>

이 경험이 내 머리 속에 각인시킨 것은 일본인은 뒤섞지 않는다란 것이었다. 

또 이것은 내가 그 동안 경험했던 일본인의 업무스타일, 사고방식, 행동양식 그리고 인간관계를 이해하게 만드는 핵심 키워드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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