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도착했을 때, 난 가능한 빨리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했다.
내 계획은 최대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서 1년내에 학비를 마련하여 그 다음 해에 음악학교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일어는 다행히 대학시절에 공부를 꾸준히 해와서 일하는데 필요한 언어구사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주로 쓰이는 방법은 기존에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한국 학생으로부터 소개를 받거나 아니면 직접 발품을 팔아 아르바이트 모집광고를 보고 바로 들어가 일을 구하거나 다양한 아르바이트잡지를 통한 모집광고를 보고 전화해 보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잡지에 실려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일본인을 원해서 사실상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기존에 일하고 있는 한국인의 소개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난 일본어학원을 등록하자마자 먼저 일본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한국학생들에게 일자리를 부탁해놓았었다. 3개월정도만 버틸 수 있는 돈을 들고왔기에 그 사이에 아르바이트를 못구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조바심에 하루하루 마음졸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에 도착한지 대략 1달정도 되었던 때였다. 한 한국학생으로부터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원하다면 오늘 당장이라도 면접볼 수 있다는 말에 난 두말할 것도 없이 일단하겠다고 하고 따라나섰다.
해당 업소로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도중 물어보았다. “무슨 아르바이트죠? “ “…” 대답이 없었다. 재차 물었다.
“뭐하는 아르바이트죠?” “테레쿠라요” “네?”
사실 일본에 와서 지리파악을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테레쿠라”라는 간판을 본 적이 있었다.
아니 꽤 많은 곳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럴때마다 저 곳은 뭐하는 곳일까? 란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일본인에게 물어본 적은 없었다.
“뭐하는 데죠?” “가보면 알아요.” 묘하게 웃으며 짧게 뱉는다.
신주꾸역에서 내려서 신주꾸의 유흥가 안쪽으로 들어갔다. 저 쪽에서 “테라쿠라”라는 노란색 간판이 보인다.
따라서 들어가니 역도선수처럼 보이는 점장이 카운터에 있는 비쪅 바른 직원에게 뭔가를 한창 지시하고 있었다. 오른쪽 벽면으로 고개를 돌리니 수많은 비디오테이프가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포르노테이프다.
나중에 알고보니 “테레쿠라”는 텔레폰 클럽(Telephone Club)의 일본식 발음이었다.
한국식 명칭은 전화방. 시스템이나 내용은 좀 다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한국에도 꽤 있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그런 곳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뭐 이런 곳이 다있나? 일본은 일본이네” 라고 생각했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니 전화방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한국의 전화방도 일본
에서 그 아이디어가 넘어오지 않았나 싶다. 나쁜 것은 빨리 배우는 법이다.
그 돌아가는 시스템을 보면
1. 우선 일본남자손님이 가게안으로 들어온다. 3000엔 입장료를 내고 마음에 드는 포르노테이프를 하나집어들고 쪽방에 들어간다. (쪽방이 지하, 1층에 각각 20개 정도 있었다) 쪽방에는 TV, 비디오플레이어, 전화, 티슈박스가 놓여져있다. 남자는 비디오를 보며 전화를 기다린다.
2. 여성으로부터 테라쿠라에 전화가 들어온다. 점장이 그녀로부터 전화를 받아 몇가지를 묻고 쪽방에 있는 적당한 남자에게 연결해준다.
3. 둘이 통화를 하고 그 다음은 나도 모른다 (둘이 알아서..?)
본적이 없다. 이렇게 하는 구나~ 재미있다.^^ 처음에는 젊은 여자에게 티슈를 건낼 때마다 마치
바퀴벌레보듯이 날 쳐다보는 시선에 상처받고는 했는데 이내 무디어졌다.
여기서 나 같은 아르바이트생의 역할은 업소의 전화번호가 적힌 1회용 티슈를 500개씩 3~4개 박스를 싣고 아주 번화한 백화점 앞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바구니에 20~30개씩 담고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건네주는 일이다.
주는 대상은 10대후반에서 40대까지로 한정되어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물론 20~30대 여성.
하지만, 이 나이대에 속하고 비교적 얼굴이 반반할수록(?) 이 티슈가 뭘 의미하는 지 알기에 잘 받아주지 않았다.
40~50대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은 휴지로 쓰려는 지 가끔 와서 달라고 한다.(많을수록 좋아한다.. -_-)
이 아르바이트는 시간당 페이가 좀 높은 편이어서 난 그 자리에서 OK 했고 점장도 씩 웃으며 합격 시켜준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지각하거나 해당된 티슈분량을 다 못돌리면 급료 깎이고 땡땡이 치면 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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