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문화를 공부하려고 할 때에 그 나라 유적지를 본다던가, 그 나라관련 책을 읽는다던가 하는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그 나라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생활하는 것을 제일 으뜸으로 친다.
따라서 어떤 나라에 여행을 간다 해도 그 나라에 유적지에서 사진을 찍는다든지 하는 것보다 가능한 그 나라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곳 혹은 시장골목, 번화가 등 사람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가서 현지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하는 편이다.
처음 만났어도 적극적으로 다가가 나를 소개하고 가능하면 그 들과 술마시고 함께 이야기하고 사진찍고 하는 것을 즐긴다. 만약, 라틴계나라에 가면 그 나라 유적지보다는 차라리 살사바에 가서 그들과 함께 춤추고 술마시고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의 그 사람은 몇 백년의 그 나라 역사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문화의 응축된 결과물이다. 생각, 말, 행동, 심지어 외모에서까지 그 민족, 나라의 모든 것이 스며들어 있다.
나는 잇쵸에서 일하면서 50명에 가까운 일본인을 만났다. 그 들을 통해서 일본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따라서 그 들의 각양각색 인생스토리를 묵과하기에는 일본에 대해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에 잇쵸 멤버들을 소개할까 한다. 워낙 많기에 일단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가즈오
잇쵸를 내게 소개해주었던 가즈오는 내가 미국유학시절을 통틀어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다.
오사카출신으로 원래는 전산관련회사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그러다 뒤늦게 재즈에 빠져 퇴근 후 음악학원에 다니며 더블베이스 (재즈)를 배웠다. 그 후 밤에 재즈클럽에서 재즈베이시스트로 활용하다가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서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왔다.
나와는 학교 기숙사에 있을 때 만났다. 나와 나이도 비슷하고 오사카출신답게 잔정이 많고 낙천적인 친구여서 매우 친했다.
가끔 이 친구는 나를 초대해서 자기 특기인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곤 했다. 내 유학생활은 학교공부와 잇쵸 아르바이트 일색이어서 무척 빡빡했다. 짬짬히 그와 함께 전설의 재즈아티스트 공연을 보러가거나 그가 만든 스파게티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며 음악이야기를 하곤 했다. 특히, 칙칙하지만 그와 함께 당시 대히트쳤던 영화”타이타닉” 을 본 기억이 새롭다.
타이타닉이 가라앉는 장면에서 악사들이 탈출할 생각을 하지않고 계속 음악을 연주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씬이 나온다.
그 때 누가 볼새라 찔끔 흘린 눈물을 닦던 가즈오의 옆모습이 아직 눈가에 생생하다.
주인장 아츠시상
주인장인 아츠시상은 대학 캠퍼스커플이었던 코코상과 결혼해서 20대중반의 나이에
미국으로 왔다.
원래는 건축가지망생으로 공부를 하기위해 왔지만 차츰 마음이 바뀌어 부모에게서
지원받은 돈으로 잇쵸를 차렸다.
잇쵸가 비교적 장사가 잘 되어서 넓은 정원이 딸린 근사한 저택도 구입하고 고가의 차도 소유하고 있었다. 특히, 와인마니아여서 집 지하창고에는 와인저장소를 만들어놓고 가끔 와인파티를 즐긴다.
잇쵸멤버들도 초대해서 단 한 번 그의 집에서 파티를 한 적이 있는데 가보고 약간은
놀랬었다.
그는 그저 보스톤에 있는 작은 식당의 주인에 불과했지만, 그의 저택은 실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근사한 포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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