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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6 22:37

[준짱의 잇쵸스토리] 매뉴얼의 파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준상,  이 표를 보고  이대로 하면 되요

 

노리꼬상이 벽에 붙어있는 코팅된 업무 스케쥴표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하늘색 바탕에 핵심 업무내용이 키워드로 아주 심플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것을 골격으로 세세한 작업이 그룹핑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간대별 업무를 보면 크게 나누어

1)
  早番はやばん-하야반)-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오전반) 
2)  遅番(おそばん-오소반) 오후4시부터 끝날 때까지 (오후반)
3)  とおし-토오시-하루종일 (종일반)


일을 하게 되면 이 세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게 된다. 실제 일하는 주의 1~2주전에 각자 가능한 시간대를 주인장에게 말하면 그 것에 맞춰서 일정을 짜서 업무시간표를 올린다.  불가피하게 일이 생긴 경우에는 반드시 다른 멤버와 미리 교체를 해서 펑크를 방지해야 한다.

 

 

 

잇쵸는 이 1층 식당가에서도 장사가 매우 잘되는 편에 속했다. 


그런데 잇쵸에는 정식 직원이 없었다.  전부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사람들이었다.  단 한 명의 주인만이 실질적 사장이자 직원이었다.  한 마디로 1인 기업의 형태였다.

 

주인도 계속 있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중에 1~2일 정도만 함께 일했다. 나머지는 간혹 들러서 업무을 체크하거나 아니면 아예 나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쵸의 매출은 전에 내가 일했던 한국식당의 3배정도였다.(나중에 내가 캐쉬어일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식당크기는 오히려 그 한국식당의 1/5 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참 신기했다. 

주인의 별다른 통제없이 스스로 굴러가게 끔 한 비결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

 

 

잇쵸가 주인의 감시, 혹은 숙달된 주방장이나 요리사가 없이 일반 학생들, 주부들의 파트 타임제 일로도 훌륭히 잘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매뉴얼화된 작업 프로세스에 있었다.  

 

이 매뉴얼은 잇쵸의 개점 초창기에 숙련된 주방장이 일하면서 최적의 작업과정을 고안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매뉴얼에 따라 일을 하다보면 헛되게 쓰는 시간, 공간, 재료가 없이 매 순간 작업동작의 목표에 맞게 최적으로 설계되어 생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침에 출근해서부터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의 작업순서가 한치의 틈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한 눈을 팔 틈새가 없는 것이다한 눈을 파는 순간 업무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

 

  

위의 업무 스케쥴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고관리, 오더, 보충, 청소,창고의 정돈

 

오전반

AM 10:15 – 11:45

가츠쯔케 (돈카츠용 고기에 밀가루를 입히는 과정)

템푸라만들기

밥짓기

사라다바의 셋팅

미소의 셋팅

텐쯔유(템푸라에 쓰는 소스) 점검

소바쯔유(소바에 쓰는 소스) 점검

완두콩 점검

무갈은 것

설거지

 

PM  2:00 – 4:00

카레에 들어가는 야채준비 (당근, 감자)

텐동에 들어가는 야채준비 (고구마, 호박, 호박-pumpkin, 브로콜리)

닭고기 다듬기

설겆이

고기꺼내기

레터스의 보충

 

 

오후반

 

PM  4:00 – 7:00

<중앙냉장고의 보충>

양파썰기 (카레용 2Box,  규동용 1 Box 돈타마용 1.5Box)

양파얇게썰기

드레싱, 양배추, 보라색양배추, 당근, 채썬 송이버섯, 와카쇼,

와카메, 레드리브(?), 파세리, 카마보코(2), 포장된 양념장어(小大각 10개씩)

 

<대형냉장고의 보충>

새우(-, 일요일은 큰 새우, 작은 새우는 매일매일) 

장어 (小大각 10개씩), 슈마이, 굴후라이, 꽁치/고등어 각 10개씩

새우후라이, Beef 테리야끼용 소고기 쓴 것 10, , 밀가루, 템푸라밀가루의 보충                  

 

 

PM  7:00 – 9:00

Peak Time 이므로 빠른 서비스에 전념

밥짓기, 웨이트리스돕기

다시주머니, 레터스 보충등

 

 

위의 사항을 보면 주로 오쿠와 만나까의 일에 대한 정리가 되어있다.

 

이 일은 처음에 익히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수십 번 반복해서 하다 보면 나중에는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순번에 따라 움직인다.   매뉴얼은 역시 반복의 힘이 아닌 가 싶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가운데 아무리 어려운 작업도 쉽게 느껴지게 되고 나와 업무는 일심동체가 된다.

 

일이 끝나서 정리할 때 숫가락, 포크 수까지 점검하는 체크리스트가 있었다.  만약, 하나라도 모자란 것이 있으면

그 날 일해서 벌은 수익에서 제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리스트화하고 문서화하여 업무상태를 반드시 체크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잇쵸의 모든 일은 다양한 체크리스트로 스스로 점검해나가며 매뉴얼의 지휘대로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이렇게 잇쵸는 1인 기업의 시스템으로 지식경영에 필요한 업무매뉴얼화에 멋지게 성공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뭐든 양면성이 있듯이 매뉴얼이 주는 편의성과 빠른 파급효과가 있지만, 반면에 창의적인 사고를 막는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인은 주어진 매뉴얼대로 살면 된다는 것에 익숙하다. 단지 업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와 영역에 걸쳐서 매뉴얼을 찾는다.  

 

행복하게 사는 법에서 자살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소 황당한 내용까지 다룬 책도 많다. 한국에서 서점에 가면 각종 업무에 관련된, 회사 관련 실용서를 찾다보면 일본에서 번역되어진 책이 엄청 많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출판계에서는 매년 그런 각종 실용서들이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출판 왕국이기도 하거니와 그 중 특히 실용서 분야라면 단연코 세계 넘버원일 것이다.


지식경영의 시대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일을 이렇게 매뉴얼화하여 지식상품으로 만들 줄 하는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들도 자신의 일을 매뉴얼화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의 일을 매뉴얼화하여 다른 사람들도 그 일을 똑같이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이 지식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필요한 필수 역량인 것이다.

난 21세기의 핵심물결로 일어나고 있는 1인 기업가 시스템의 전형을 잇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매뉴얼을 과신하면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매뉴얼이 주는 안정성과 효율성에 쉽게 안주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입사 후에 매뉴얼 위주의 교육을 받기에 지금 과 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 당황한다.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상사나 선배, 그리고 매뉴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사업가보다는 샐러리맨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도 모르겠다.

지금 시대는 변화에 따라 필요하다면 기존 매뉴얼을 개선하거나 바로 버릴 수 있는 용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창의력과 생산성, 이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매뉴얼 활용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앞으로 매우 큰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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