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 고프고 정신적, 육체적 여유도 고팠던 일본에서 전쟁같았던 1년 간 유학시절.
그 때 식사는 거의 아르바이트하는 일본식당에서 해결하거나 그 외의 끼니는 거의 집에서 지은 밥과 간단한 반찬으로 때우곤 했다.
생활비는 물론이고 학비까지 모아야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일본에 있을 때 다양한 음식문화를 접해보지
못했었다. 기껏해서 큰 마음먹고 외식해봐야 요시노야에서 300엔 짜리 규동을 벗어나질 못했다.
거기다 몇십엔 추가해서 날달걀하나 규동위에 얹으면 그 것으로 감지덕지하던 때였다.
하루에 2~3개 씩 아르바이트를 했기에 시부야, 신주쿠, 이케부쿠로 등 번화가를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보면 전 세계로부터 온 화려하고 개성있는 레스토랑과 식당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점심시간, 혹은 퇴근 후 일본인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때 눈에 많이 띄었던 종목 중 하나가 카레전문점이었다. 어딜가나 있었다. 번화가에도 작은 동네 모퉁이에도..
일본인들은 정말 카레를 좋아한다.
심지어 잇쵸에서도 팔고 있던 카레우동과 소바 외에도 카레수프, 카레빵, 카레만두, 카레오믈렛 등 카레를 소스로 한 다양한 먹거리가 탄생했다. 일반 밥이 들어간 카레의 종류도 무궁무진해서 인도식 카레는 물론이고, 구라파식 카레, 동남아시아식 카레, 독특하게 초콜릿, 커피 등의 향을 넣은 카레도 있다.
따라서 이렇듯 다양한 아이디어와 장인정신을 갖춘 카레전문점이 일본에는 엄청나게 많고, 일본 샐러리맨들이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나와 한 끼를 해결할 때 손쉽게 선택하는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다.
일본인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카레를 먹으러 가고 특히, 여름에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먹으러 간다고 한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새로운 카레전문점이 태어나고, 식품회사에서 매년 수많은 종류의 카레를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하고 있다.
어떻게 인도에서 태어난 카레가 일본에 와서 비로소 활짝 만개를 하게 되었을 까?
그 유래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카레가 일본 서민의 가정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은 러일전쟁이 그 시발점이 되었다.
당시 한반도와 만주를 지배하기 위해 서로 대립하고 있던 일본과 러시아는 1904년 2월 8일에 러일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1905년 9월 5일 포츠머스 조약 이 체결되어 일본이 승리했다.
포츠머스조약
1905년에 미국 포츠머스에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의 중재로 맺은 러일 전쟁의 강화 조약. 한국에 대한 일본의 우선권, 관동주의 조차(租借) 따위를 정하였다.
전쟁 중일 때는 병사에게 제공하는 식단이 매우 중요하다. 먹을 것이 부실하거나 열악하면 그 군대의 사기는 뻔한 것이 아니겠는 가? 우선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고 한 번에 대량으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당시 그 조건에 잘 부합되는 것이 바로 카레였다.
이 때 카레는 군용식품으로서는 최적임을 인정받아 육군, 해군 모두 식단으로 채택되었다. 해군으로부터 카레먹는 습관은 현재의 자위대에도 인계되고 있고 매주 금요일이 “카레의 날”이라고 한다.
전쟁이 끝나자 일본군의 병사들은 자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잊혀질 뻔 했던 군대에서 카레 만드는 방법을 기억해내고 가족에게 카레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일반 가정에서도 카레가 만들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카레로 만들어지기까지는 메이지유신 때부터 시작되어 거의 100년이 걸렸다.
일본 최초의 인스턴트 카레가 발매가 된 것은 1906년 이었고 1912년이 되서야 비로소 현재와 같은 형식인 양파, 감자, 당근과 같은 야채도 일반적으로 카레에 넣게 되었다. 그 이후 1927년에는 카레빵까지 등장하게 된다.
이렇듯 일본은 지금까지 카레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장기간의 역사동안 발전을 해와서 독자적인 카레문화를 꽃피웠다. 지금의 한국 카레는 인도로부터가 아닌 일본식 카레에서 모델을 가져왔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우리 한국도 일본식 카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한국적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김치표 카레문화”를 꽃피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준짱의 잇쵸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준짱의 잇쵸스토리] 뮤지션이 요리하는 식당가 (1) | 2008/11/02 |
|---|---|
| [준짱의 잇쵸스토리] 모든 것은 자기 에어리어가 있다 2 - <일본인의 인간관계> (0) | 2008/10/31 |
| [준짱의 잇쵸스토리] 일본카레의 유래 (1) | 2008/10/30 |
| [준짱의 잇쵸스토리] 모든 것은 자기 에어리어가 있다 1 - < 카레 비벼먹기 > (0) | 2008/10/30 |
| [준짱의 잇쵸스토리] 돈가스 만들기와 그 유래 (0) | 2007/05/06 |
| [준짱의 잇쵸스토리] 다양한 음악이 숨쉬는 곳.. 잇쵸 그리고 보스톤 (0) | 2007/04/26 |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