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녀가 웨이트리스 할 때가 싫었다.
목소리가 모깃소리만한 데다가 손님의 주문을 주방에 전달할 때 중얼거리듯 내뱉기 때문이었다.
잇쵸에서 몇 개월이 흐르고 일에 적응이 되어서부터는 괜찮았지만 초창기에는 적잖게 그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러 개의 주문을 할 때는 몇몇 메뉴는 놓치거나 잘못 요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몇번이나 목소리를 좀 크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그녀는 특유의 새침한 표정으로 알았다고 싸늘한 눈길 한번 주고는 결국 시정해주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도 알아듣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이상하게 별 지적은 하지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시꼬가 배정이 되어있는 날은 꼭 주인장도 함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주인장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일이 끝나고 퇴근할 때면 요시꼬와 주인장은 같이 나갔다. 카나메가 귀뜸해주는데 주인장이 같이 일하고 나서는 자기 차로 꼭 요시꼬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잇쵸안에선 실로 그 둘을 둘러싸고 소문이 무성했다. 주인장과 요시꼬가 사귄다, 코코상은 알고도 모른체 한다, 요시꼬가 사는 룸에 주인장이 자주 간다더라 등 등..
사실 그녀는 좀 섹시하고 미인축에 속하는 편이었지만 다른 잇쵸 멤버들에게 그녀는 그다지 썩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지는 않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약간은 쌀쌀맞고 상대방을 약간은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무슨 자기가 특별한 존재인 듯한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고 본인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유일하게 주인장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가 띄고 있었다.
나도 물론 그녀와 대화를 별 나눈 기억이 없다. 한번은 잇쵸밖에서 우연히 전철안에서 만났는데 반갑게 맞이하려고 했는데 일부러 나를 못본 척 외면하고 빨리 지나가는 것을 보고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일본말로 애인은 고이비또(恋人) 란 단어를 쓴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한자인 애인은 아이진(愛人)이라고 해서 일본에서는 연인이라는 뜻보다는 애첩이란 뜻에 가깝다.
사실 일본에서는 간통죄가 없고 불륜도 그다지 나쁘다는 인식보다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잘못은 아니다. 드라마나 만화, 영화를 보더라도 소재가 불륜인 경우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실례로 내가 일본에서 일했던 식당에 함께 일하던 중국인 여자얘가 하나 있었다. 일본에 유학을 왔다고는 하나 공부보다는 돈 버는 것이 목적인 것 같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식당에서 일주일에 2~3일정도만 일하고 있었다. 가끔 부정기적으로 휴가를 내기도 했다. 여행 때문에 휴가를 냈다면서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전부 독사진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에게 학비를 대주고 있던 일본 유부남과 밀월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한 마디로 애첩역할을 해주면서 학비와 용돈을 제공받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일을 더 한 이유는 돈을 벌어 중국에 집을 사려는 목적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다지 원과 엔의 환율차이가 크지 않지만, 당시는 상당히 컸다. 한국에서도 돈을 벌기위해 일본에서 불법체류하면서 일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人妻と軽井沢でデート] 유튜브에서 찾은 동영상이다. “유부녀와 카루이자와에서 데이트”란 이름으로
시리즈로 여러 동영상이 올라와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방송 프로그램인 듯하다.
말 그대로 젊은 청년과 유부녀가 데이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내용이 방송에
탈 수 있을까? 국내 케이블 TV 의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수위가 꽤 높다고 한던데..
한국이 이럴진데 하물며 중국이라면 정말 엄청난 돈의 가치가 차이나는 것이었다. 실제로 중국인들중에는 일본에 와서 뼈빠지게 2~3년 일해서 그 돈으로 중국에 집을 사려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는 일본어학원을 나가야 비자가 나왔기에 일단 학교를 등록해놓고 안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아르바이트하는 중국인이 많았고 한국인도 있었다.
그러니, 특히 여자들의 경우 쉽게 돈을 벌려고 마음만 먹는다면야 육체노동말고도 여러 방법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일본남자의 일시적인 세컨드가 되어주고 학비를 제공받거나 심심할 때 애인이 되어주고 생활비나 용돈을 얻는 경우였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 간통죄가 없기 때문에 그런 형태의 관계들이 많은 것 같았다. 직업여성이 아니더라고 돈으로 애인이 되어주고 또 애인을 사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의 애인이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일본에서의 애인이 되겠지.
내가 그동안 일본친구들의 연애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일본에서는 연애한다고 꼭 결혼하는 것은 아니며 또 섹스를 한다고 꼭 연애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섹스를 한다고 결혼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이들은 소위 얘기해서 쿨한 형태의 연애를 즐기는 것 같았다.
상대방에 대한 별 집착도 없고 만나거나 전화통화하는 것도 일주일에 많아야 2~3번 정도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연인관계라면 매일 전화통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하는 것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한다.
감정표현에 인색한 일본인답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한국인과 비교하면 한 건지 안한 건지 모를 정도로 뭔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러니, 겨울연가의 욘사마를 비롯하여 각종 한국 드라마에서 보이는 열정적이고 순애보적인 사랑이 일본아줌마들의 마음을 건드리기에 충분한 것 같기도 하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일본부부는 한 침대가 아니라 따로 따로 침대를 쓴다.
한국 부부보다는 부부 간의 거리감이 있고, 함께 있는 시간 못지않게 각각의 개인공간과 시간을 소중히 한다. 결혼으로 인해 집안끼리 엮여져 들어가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결혼은 “집안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둘이 결혼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
그러니 언제든지 결정적인 원인과 계기가 있다면 갈라서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 먼저 결혼자체에 대해 그다지 집착을 느끼지 않는다. 얼마든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거다. 차츰 한국의 여성들사이에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요시꼬와 몇 번 대화를 나눈적이 있는데 그녀에게 미국에 왜 왔느냐고 물었을 때 고등학교 졸업후에 그리 크지 않은 회사에서 평범한 여직원으로 일했는데 너무 생활이 무료하고 재미가 없어 뭔가 생활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평소 동경하던 미국으로 왔다고 했다.
요시꼬도 주인장도 그 동안 반복적이고 따분했던 생활에 신선하고도 짜릿한 자극이 필요했던 것일까?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고 일본인은 한국에서처럼 그렇게 남의 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들 그저 그려러니하고 넘겨버렸다.
주인장이 유난히 요시꼬를 챙겨주는 것을 볼 때는 눈골이 시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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